후티 공격에 사우디 영공도 위험…항공사들 우회 운항에 연료비 부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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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공항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항공 노선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사들은 사우디 영공을 피해 대체 항로를 찾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기존 항로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안전한 우회 경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항 공격으로 국제 항공 운항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티는 지난 10일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항공편이 대거 취소되거나 목적지가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당국은 공항 폐쇄 다음 날에도 추가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공항 내 연료 탱크와 창고 등이 파손됐으며, 계류 중이던 에어버스 A320 항공기 한 대가 파괴되는 등 항공기 여러 대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자국민에게 리야드 공항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도 항공사에 사우디 영공 통과와 관련한 위험을 경고했다. 항공 안전 분석기관 옵스그룹은 후티가 민간 항공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드러냈다며 사우디 영공 전역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사우디 영공은 그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공사들이 활용해 온 주요 통로 중 하나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영공이 폐쇄되고 러시아가 일부 서방 항공사의 자국 영공 이용을 제한하면서 항공사들의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이라크 상공을 통과하는 항로까지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항공사들은 사우디 상공을 대체 경로로 활용해 왔다.
사우디 영공마저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항공사들은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항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지난달 말부터 인도 뭄바이와 영국 런던을 오가는 노선에서 이집트와 사우디 대신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거치는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회 항로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부 대체 경로는 항공교통 관제에 제약이 있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지나거나 파키스탄 국경의 무력 충돌 지역과 가까운 곳을 통과한다. 에어인디아와 터키항공이 일부 항공편에 이용하는 사우디·이라크 국경 인근 경로 역시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변의 안보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항공 보안업체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스의 맷 보리 정보 책임자는 영공을 관리하는 국가와 항공사가 각각 위험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도 출발 전 자국 정부의 여행 경보와 항공사의 운항 안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항로 변경은 항공사의 비용 부담도 키우고 있다. 목적지까지 더 먼 거리를 비행하면 운항 시간이 늘어나고 항공유 소비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항공유 가격까지 상승하면 항공사 수익성에 부담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콴타스항공은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호주 퍼스와 영국 런던을 잇는 직항편 운항을 중단하고, 싱가포르에서 급유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이동 시간이 최대 4시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 가격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크게 올라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제 항공망이 지정학적 갈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주요 영공의 이용이 제한되면 항공사들은 대체 경로를 찾아야 하지만, 주변 지역까지 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단순한 항로 변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항공사들은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우선으로 운항 계획을 조정하는 한편, 연료비와 운항 시간 증가에 따른 손실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고 주요 항공 통로의 이용 제한이 확대되면 한국 경제에도 여러 경로로 영향이 전달될 수 있다.
첫째, 항공권과 해외여행 비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이 우회 운항하면 비행시간과 연료 소비가 증가한다. 항공사들이 늘어난 비용을 운임에 반영할 경우 해외 출장과 여행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둘째, 항공 화물과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항공 운송은 반도체 부품과 전자제품, 의약품 등 운송 시간에 민감한 품목에 활용된다. 항로 변경으로 운송 시간이 길어지거나 항공편 공급이 줄어들면 일부 수출기업의 물류 일정과 비용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 중동의 긴장이 원유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고, 이는 국내 물가와 기업의 생산·운송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항공유 가격과 국제유가가 항상 같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실제 영향은 공급 상황과 환율, 정제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는 사우디 공항과 영공의 안전 상황, 주변국의 운항 제한 조치, 항공유 가격, 항공사들의 노선 조정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면 운항이 점차 정상화될 수 있지만, 여러 지역의 영공 제한이 동시에 이어지면 항공 운송 비용 상승과 물류 지연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과 여행객은 항공편 예약 시 경유지와 운항 변경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업들은 주요 노선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운송 일정과 대체 물류 경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항공업계 역시 안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운항 차질이 수출입과 여행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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