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만난 미일 정상…일본, ‘미중 밀착’ 가능성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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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중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과 미국이 무역과 안보를 둘러싼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직전에 미국과 일본이 먼저 만나면서, 일본이 미중 협상에서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 조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으며, 이번 회담은 지난 3월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당시 정상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에 열린 공식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대면한 바 있다.
일본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오는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다. 일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무역, 첨단기술, 공급망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를 이른바 '일본 패싱'에 대한 우려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경제적 이해를 우선해 합의를 도출할 경우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이나 일본의 산업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 문제는 일본이 미국에 입장을 전달하려는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대만해협 주변의 중국 군사활동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으로서는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자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중국해의 해상 교통과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경계하는 또 다른 부분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나 무역 분야의 성과를 중요하게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일본 측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만이나 동중국해·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이 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안보 문제도 주요 의제다.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물자의 수출을 제한할 경우 일본 제조업과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요 광물과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을 안정시키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는 방위비와 투자 문제도 놓여 있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부담 확대를 요구해 왔으며, 일본 역시 방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올해 안보 관련 주요 문서 개정을 앞두고 있어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 규모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대미 투자 역시 정상회담의 주요 관심사다. 일본은 미국과 최대 5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합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측은 그동안 미국 경제에 대한 자국의 기여를 강조해왔다. 투자 프로젝트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와 함께 미국 측이 추가적인 경제적 요구를 제시할 가능성도 관심사다.
미일 양국은 금융과 재정정책 문제에서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일본에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금융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대중국 안보정책뿐 아니라 통상, 투자, 환율과 금융정책 등 경제 현안까지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만난다는 일정 자체도 주목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중 정상 간 합의 내용이 향후 동아시아의 안보와 통상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일본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일본과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일본·한국은 경제적 강압과 비시장적 정책에 대응하고 공급망과 핵심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맹국 간 입장을 조율하는 성격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동아시아 전체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본이 사전에 미국에 자국의 안보·경제적 우려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향후 동북아 외교와 통상 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회담이었다.
미일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교역 관계가 깊고, 반도체·배터리·자동차·화학 등 주요 산업이 미중 간 통상정책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관세나 수출통제와 관련해 일정 부분 합의할 경우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환경이나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미중 간 갈등이 다시 확대되면 반도체 장비와 첨단기술, 핵심 광물 등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은 한국에도 참고할 부분이 있다. 한국 역시 핵심 광물과 소재·부품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경제안보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만해협 문제 역시 한국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대만은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거점이며, 대만해협은 동아시아의 주요 해상 물류 경로 가운데 하나다. 만약 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경우 반도체 공급과 해상운송, 보험료, 원자재 가격 등에 복합적인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고 무역·공급망 분야에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그 합의가 어떤 품목과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이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세, 첨단기술, 핵심 광물 및 공급망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는지다. 동시에 미국이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에 요구하는 방위비와 대미 투자 확대가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되는지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자 외교 일정을 넘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반영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역시 미중 양국과의 경제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망 안정과 기술 경쟁력, 경제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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