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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안보 의존 흔들리는 걸프국들…이란과 새 중동 질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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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미 기자    조회Hit 89   작성일2026-09-23 0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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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존해온 걸프 지역 국가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독자적인 지역 안보체제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과정에서 걸프 국가들이 공격 위험에 노출되면서 기존의 안보 질서만으로는 자국의 안전과 경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걸프 국가들이 전쟁 이후 이란을 지역 안보 논의에서 배제하기보다 대화와 상호불가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유엔 총회 기간 열린 행사에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중동 국가들에 기존 질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걸프 국가들이 역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하고 이란과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걸프 국가와 이란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안보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UAE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고문은 이란과 미국 사이의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중동의 미래 안보구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르가시 고문은 이란이 지리적으로 걸프 국가들의 바로 옆에 있는 국가라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관계 회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그는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지만 전쟁 과정에서 훼손된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란과 주변 아랍 국가들 사이의 충돌을 줄이기 위한 상호불가침 구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역내 국가들이 직접 안보 문제를 관리하는 체제를 검토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걸프 국가들이 실제 전쟁의 위험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걸프 지역은 세계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기지가 밀집한 곳인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제 에너지 물류가 움직이는 핵심 지역이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충돌이 장기화하면 걸프 국가들의 석유시설과 항만, 해상 운송망 역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동 긴장이 이어지면서 걸프 지역 금융시장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이 언제까지 결정적인 안보 우산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반복될 경우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만 의존하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걸프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우디 등 주요국은 여전히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중요한 안보 자산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도 사우디는 역내 안정을 위해 미국의 안보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는 변화는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이란과 손잡는 방향이라기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독자적인 외교·안보 선택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도 외교적 접촉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양국은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이란 측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완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결국 중동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전쟁의 종료 여부를 넘어 전쟁 이후 어떤 안보 구조가 만들어질 것인가에 있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의 대화를 선택할 경우 향후 중동의 안보 질서가 미국 중심의 일극 구조에서 여러 국가가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다층적인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란과 걸프 국가 사이에는 미사일과 드론, 예멘의 후티 반군 문제, 해상 안보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전쟁으로 훼손된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UAE 측에서도 이란과 실질적인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과 별개로 신뢰 회복에는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해왔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에서 중동 지역에 상당한 비중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운송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성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의미가 있다. 이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면 유조선과 LNG 운반선의 운항 비용과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고,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뿐 아니라 제조업과 물류비에도 연쇄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걸프 국가와 이란 사이의 대화가 실제 상호불가침 협정이나 해상 안전보장 체제로 발전한다면 중동발 에너지 공급 충격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정유·화학업종뿐 아니라 항공·운송·철강 등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중동 사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란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에너지, 건설, 플랜트, 물류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와 금융거래 제한 등이 남아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직접적인 진출에는 여전히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향후 핵심 변수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 여부다. 협상이 진전되고 걸프 국가들이 독자적인 지역 안보협력체를 구축한다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은 점차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고 군사적 충돌이 재개된다면 걸프 국가들의 안보 불안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원유·가스 공급처와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동의 새로운 안보질서가 실제로 정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 경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가와 환율, 해상운임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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