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물가 2.9% 상승…기름값·가공식품·IT제품 가격 부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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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지만 석유류와 가공식품, 컴퓨터 등 일부 품목에서는 높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4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0.3%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지역의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5월 3.1%, 6월 3.2%까지 높아졌다. 7월에는 2.8%로 낮아졌지만 8월 3.1%로 다시 3%대를 기록했고, 9월에는 2.9%로 소폭 둔화했다.
다만 이번 물가 상승률 둔화를 물가 부담이 크게 완화된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특정 기간 통신요금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8월 물가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 효과가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물가 흐름은 오히려 다소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9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생활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졌지만 일시적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된 것으로 평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떨어졌으며, 특히 과일 가격이 10% 넘게 하락했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정부 할인 지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과와 배추, 복숭아, 포도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반면 모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간 것은 아니다. 일부 채소류는 기상 여건 등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고, 호박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농산물과 달리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상승했다. 축산물은 지난해보다 3.7%, 수산물은 4.5% 올랐다. 공급량 감소와 추석 명절 수요가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물가 역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고, 전월과 비교하면 0.7% 올랐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 상승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이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폭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없었다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실제보다 약 0.6%포인트 높은 3.5%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는 항공료 등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항공료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9월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보다 2.1% 상승했다. 원재료와 생산비 등의 상승이 제품 출고가격에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빵과 즉석식품 등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석을 맞아 일부 업체들이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격 상승폭을 일부 낮추는 효과도 나타났다.
IT 제품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컴퓨터 가격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27.4% 상승했다. 휴대전화기 가격 역시 신제품 출고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지난해보다 2.8% 상승했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는 2.7% 올랐다.
결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산물 가격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이 나타난 반면 에너지와 식품, 전자제품 등 주요 소비 품목에서는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물가 상승률 2.9%는 표면적으로는 3%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가공식품 가격, 전자부품 가격 등 여러 비용 상승 요인이 남아 있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은 단순히 주유비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여 식품과 공산품, 서비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과 가계의 소비 여력 모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상승도 내수경제에 중요한 변수다. 물가가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과일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추석 이후 식료품 물가 안정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국제유가다. 중동 정세와 원유 공급 상황에 따라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다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농산물 가격까지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물가 흐름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안정적으로 접근하는지, 서비스와 공산품 등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향후 금리정책을 판단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한국경제는 전체 물가 상승률 자체보다 어떤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월 물가가 2.9%로 내려왔지만 석유류와 식품, IT제품 등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계가 느끼는 체감물가와 공식 물가 사이의 차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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