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확대에 수의계 반발…“제도 시행 전 선결과제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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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동물병원별 진료비 공개를 확대하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진료기록 열람·발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수의계가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수의사회는 2일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의료 관련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의사회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와 의료정보 공개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실제 규제를 받게 되는 수의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전국 시·도와 시·군·구 단위로 공개되는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를 앞으로는 개별 동물병원 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제도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동물병원 진료비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정책 추진의 배경이다.
실제로 반려동물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최근 2년간 지출한 치료비는 평균 102만7천원으로, 2023년 조사 당시 평균 57만7천원보다 크게 늘었다.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불만에서도 진료비와 의료행위에 대한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상승에는 물가뿐 아니라 고가 의료장비 도입과 의약품 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의 평균 초진 진찰료는 1만520원으로 전년보다 2.2% 상승했다.
하지만 수의계는 병원별 진료비를 단순한 숫자로 비교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은 같은 질환이라도 체중과 나이, 건강 상태, 마취 여부, 추가 처치 등에 따라 필요한 의료행위와 비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진료 항목이라도 실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의사회는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하나의 금액으로 공개할 경우 보호자가 의료서비스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만 비교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동물의료 인프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예방접종이나 기본적인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소규모 동물병원과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농장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 관리체계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의사회는 현재 처방 대상에 포함되는 동물용의약품의 비중이 전체의 약 20% 수준이라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진단과 처방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일부 보호자가 병원 진료 없이 약국 등에서 의약품을 구입해 임의로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의약품 오남용이나 잘못된 투약으로 동물의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일부 의약품의 경우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수의계의 설명이다.
농장동물 분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소와 돼지, 가금류 등 일부 농장동물의 경우 자가진료가 허용된 상황에서 진료정보 공개가 확대되면 동물용의약품이 부적절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이 항생제 내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수의사회는 동물의료비 문제를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비용과 책임을 함께 부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적 동물의료보험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보호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동물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농식품부에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를 담은 시행규칙 개정안의 재검토와 함께 규제영향분석서 작성 및 공개를 요구했다.
국회에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고, 진료기록 공개뿐 아니라 동물 자가진료와 동물용의약품 유통·처방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향후 제도 시행을 둘러싼 논쟁은 동물 보호자의 알권리와 수의사의 진료권, 동물용의약품 안전관리라는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확대는 반려동물 의료시장에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보호자는 병원 선택 전에 진료비 수준을 비교할 수 있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가격 중심의 경쟁이 지나치게 심해질 경우 동물병원이 고가 장비나 전문인력에 투자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지역 동물병원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경우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만큼 동물의료비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순히 진료비를 공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용의약품의 유통·처방 관리, 진료기록 표준화, 소비자 피해 구제, 보험제도 등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진료비 공개가 실제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진료 항목과 치료 범위, 사용 의약품, 검사 수준 등을 소비자가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정보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향후 국회와 정부의 최종 입법 과정에서는 보호자의 알권리를 강화하면서도 수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동물의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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