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피해 이라크, 시리아 육로로 원유 수출…중동 ‘우회로’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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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시리아를 거치는 육상 수출로 확보에 나선다. 중동 지역의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이라크가 원유 수출 경로를 다변화해 재정 수입을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라크는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원유를 실은 유조차를 시리아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정부 간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며, 시리아 측은 첫 원유 수송 차량이 이달 중순까지 도착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송 경로는 이라크에서 육로를 통해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한 뒤 지중해 연안의 바니야스항으로 보내 선박에 선적하는 방식이다. 바니야스항을 활용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지중해를 통해 국제시장으로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
이라크는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연료유를 시리아로 보내고 있다. 현재 하루 약 1천 대의 트럭이 투입되고 있으며 트럭 한 대가 운반할 수 있는 물량은 약 220배럴이다. 원유 수출이 시작되면 원유 운반 차량도 하루 1천 대 이상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측은 바니야스항에 이라크 원유를 보관하기 위한 별도의 저장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육상 수송만으로 이라크의 전체 원유 수출량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이라크의 지난달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약 270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트럭을 통한 수출은 전체 물량 가운데 일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라크가 우회 수출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원유가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원유를 생산하고도 안전하게 해외로 운반하기 어려워질 경우 이라크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라크는 시리아뿐 아니라 다른 방향의 수출로도 확보하고 있다. 요르단을 통한 육상 수송을 활용하는 한편 튀르키예와는 북부 송유관을 이용해 지중해 연안 제이한항으로 원유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로를 통해 하루 최소 75만 배럴을 수송하는 방안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연결하는 기존 송유관을 되살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양국은 과거 가동이 중단된 약 800㎞ 길이의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을 복구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내년 1분기 공사 착수를 추진하고 있다. 송유관이 다시 가동된다면 트럭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안정적으로 지중해까지 운반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움직임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동의 원유 생산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특정 해상 운송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송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홍해와 오만만 등 다른 경로를 통한 수출이 늘어나면서 공급망의 우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송 차질이 길어질수록 산유국들의 대체 수출로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송유관과 항만, 저장시설을 갖춘 국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시리아를 통과하는 육상 수송 역시 새로운 위험을 안고 있다. 장거리 트럭 운송에는 도로와 국경 통과 절차, 보안 문제, 운송비 상승 등의 부담이 발생한다. 해상 운송에 비해 단위당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트럭을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송유관과 항만을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의 시리아 육로 수송이 당장 국제 원유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이라크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동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수송망을 실제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의 수송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장기화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 보험료 등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뿐 아니라 항공·해운·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라크와 주변국의 우회 수출망이 확대되면 특정 해상 통로에 집중됐던 원유 공급망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이 실제로 복구된다면 이라크산 원유의 지중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중동 원유 공급망의 구조 자체가 일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국제유가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원유 생산량뿐 아니라 어떤 경로로 원유를 시장까지 운반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산유국들은 송유관·항만·육상 운송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향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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