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원유 수송 회복세…이란의 해협 장악력 약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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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이후 크게 위축됐던 원유 수송이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우회로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해상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고 유조선 운항이 점차 재개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 국제 원유 공급을 제한할 수 있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박 추적업체 Kpler 자료를 인용해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대체 수송로를 통한 중동 원유 이동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약 80%까지 회복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는 물량만 놓고 보면 회복 수준은 이보다 낮아,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우회 수송이 회복세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WSJ가 인용한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원유 수출량은 9월 들어 하루 약 1300만 배럴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른 Kpler 집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을 포함한 주요 중동 산유국의 9월 원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1632만8000배럴까지 증가했다. 전쟁 직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송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산유국들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 복구를 진행하면서 홍해 쪽 항구를 활용한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를 통해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다만 송유관의 가동 수준과 수출량은 아직 정상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는 원유 물량도 증가했다. Kpler의 선박 추적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에 따르면 9월 20일 시작된 주간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원유는 약 3370만 배럴로 집계됐다. 주요 운송 선박 가운데 상당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산 원유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이란의 원유 수출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가 강화되면서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운항이 어려워졌고,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Kpler 자료에서는 미국의 봉쇄선 바깥에서 운항하는 유조선에 실린 이란산 원유가 9월 초 약 2900만 배럴에서 이달 말 15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요처가 중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이란이 원유를 충분히 수출하지 못할 경우 외화 수입이 감소하면서 재정과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이란의 중국향 원유 공급이 조만간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원유 수송이 회복되고 있다고 해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상당수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질 경우 수송량이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 역시 중동 공급 상황과 외교적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9일 국제유가는 중동 원유 수출 회복 소식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움직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회복되면 국제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중동산 원유 공급이 안정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조달 부담과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가 안정될 경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제조업 원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이 원유 수출 감소와 해협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만회하기 위해 군사적 대응을 확대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새로운 공격이나 봉쇄가 발생하면 원유 수송량이 다시 감소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WSJ 역시 이란의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뿐 아니라 우회 송유관과 홍해·오만만 등 대체 경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다. 대체 수송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이란이 해협을 이용해 세계 원유 공급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향후 국제유가는 중동 원유 수송의 회복 속도와 미·이란 간 긴장 완화 여부에 따라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원유 공급 정상화가 이어지는지가 물가와 무역수지, 제조업 비용, 항공·해운업 등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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