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알래스카 LNG 안 하면 더 내라”…최대 300% 관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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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 3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상대로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무역 비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외국 기업에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할 시간을 약 1년 반 정도 주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50%, 200%, 250%, 3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정책을 통해 해외 기업의 대미 투자를 끌어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캐나다 등도 미국을 상대로 오랫동안 관세를 활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둘러싸고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기자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두 배로 올릴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관세나 비용을 추가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미국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의 천연가스를 약 130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의 액화시설로 운송한 뒤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초기 투자비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데다 경제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약 540억 달러가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의 발표와 한국 측 설명 사이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알래스카 LNG의 경제성은 한국이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은 약 445억~545억 달러로 추산되며, 생산능력 대비 건설비는 최근 미국 걸프 연안에서 추진되는 LNG 프로젝트보다 크게 높을 수 있다. 800마일이 넘는 장거리 가스관과 가스 처리시설, 액화 플랜트를 함께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측은 아시아와의 지리적 거리가 짧다는 점을 경제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한국과 일본 등으로 LNG를 운송하면 미국 걸프 연안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개발사 측은 알래스카 LNG의 아시아 운송 비용이 걸프 연안산 LNG보다 상당히 낮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대형 투자 사업을 관세 정책과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에는 특정 에너지 사업 참여를 압박하면서 관세가 투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면 현지 고용을 늘리고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의 자동차·배터리·반도체·철강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투자 압박까지 발생하면 기업의 자본 지출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수준을 최대 300%까지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실제로 모든 기업에 해당 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해외 기업에 상당히 강한 수준의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이 나온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를 비롯한 주요 경합 지역에서 대규모 투자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경제정책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미국 내 일자리와 에너지 생산 확대의 상징으로 제시되고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공화당 상원의원의 선거운동과 함께 이 사업을 적극 홍보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발표된 투자와 실제 집행되는 투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대형 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초기 검토나 사업성 평가 단계에 있으며, 발표 즉시 공장이나 시설이 완공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알래스카 LNG 역시 오랜 기간 사업성이 논란이 돼 온 프로젝트로 최종 투자와 자금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특히 알래스카 LNG 사업의 상업성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경우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한국은 미국산 LNG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고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에서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LNG 투자 문제가 아니라 한미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투자, 에너지 안보가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관세를 통해 해외 기업의 생산시설과 자본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 한국은 미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 사업의 경제성과 재정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가와 기업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와 관세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내 제조업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둘러싸고 한국 기업들이 추가적인 투자 요구를 받을 경우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 한미 통상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안은 한국 경제에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통상 변수다.
우선 미국의 투자 확대 요구가 계속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시설 건설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조선,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이 확대되면 미국 시장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었던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알래스카 LNG는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한국은 LNG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산 LNG 공급망을 확대하면 중동 의존도를 일부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와 가까운 알래스카의 지리적 장점을 활용한다면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과 지정학적 위험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540억 달러가 확정 투자라는 전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측의 발표와 실제 투자 결정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프로젝트의 건설비와 장기 LNG 가격, 판매처 확보, 금융비용, 운송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관세와 투자가 연결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투자 여부를 관세와 연계하기 시작하면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투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는 ‘미국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보다 ‘어떤 조건으로 투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미국 내 생산과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한국 기업의 수익성, 국내 산업 공동화 가능성, 공급망 안정성,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미국의 관세 압박이 더욱 확대될 경우 한국 경제에는 원화 약세, 수출 경쟁력 변화,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 국내 설비투자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미국과의 대형 투자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앞으로의 한미 경제관계에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와 실제 경제성이 있는 투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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