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제품 아이디어까지 찾는다…식품·유통업계 개발 공식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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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업계의 신제품 개발 방식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기획자와 연구원이 직접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 의견을 모아 새로운 제품을 기획했다면, 최근에는 AI가 검색 데이터와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분석해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레시피나 제품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조합을 찾아내고, 출시 전에 가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자체 AI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 트렌드를 찾아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검색 포털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나타나는 키워드와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최근 선보인 '치즈 미역국'과 '카레 당면'도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됐다. 치즈 미역국은 미역국에 치즈와 후추 등을 넣어 먹는 온라인 레시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카레 당면은 밥 대신 당면과 카레를 조합하는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상품으로 구현했다.
두 제품은 트렌드를 포착한 뒤 실제 상품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1개월 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기존 상품 개발 기간이 평균 3개월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발 과정이 크게 단축된 셈이다.
판매 성과도 나타났다. 두 제품은 출시 이후 각각 냉장국·탕·찌개와 냉장면 분야에서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CU는 한 단계 더 나아가 AI를 활용해 가상의 소비자를 만들어 상품 출시 전에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성별과 연령, 소비 성향 등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가상 소비자를 구성한 뒤 제품의 구매 의향과 구성, 가격 등에 대한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소비자 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AI를 이용하면 조사 기간을 며칠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방식을 활용해 개발한 소용량 간편식은 소비자들이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제품 출시 이후 2주 만에 5만 개가 판매되면서 AI 기반 소비자 분석이 실제 상품 기획에 활용되는 사례가 됐다.
식품업체들은 AI를 단순한 시장조사 도구에서 제품 개발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체 AI 기반 마케팅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소비자의 관심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특정 식품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증가하고 있는지 분석한 뒤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 제품 콘셉트를 만들고, 출시 전 소비자 반응과 제품의 강점 및 개선점까지 예측하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은 해당 시스템을 국내에서 먼저 활용한 뒤 미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향후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개발한 제품 가운데 하나가 비비고 연어 스테이크다. 수산물을 활용한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과 식단 관리 목적의 연어 소비가 증가하는 흐름을 분석해 상품 개발에 반영했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며 상품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물론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이 AI 등장 이후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전부터 SNS나 유튜브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먹는 이색 레시피를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오뚜기의 로열라면은 열라면에 우유와 치즈 등을 더해 먹는 소비자 레시피에서 출발했다. 관련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제품화 요구가 이어졌고,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농심의 신라면 툼바 역시 소비자들이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등을 넣어 먹던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품이 출시된 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가 확대되면서 소비자 레시피를 상품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최근에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 아이디어를 받는 방식도 등장했다.
굽네는 소비자가 치킨에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나 토핑 등을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제안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아이디어 가운데 일부를 실제 메뉴로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단순한 상품 구매자에서 신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공동 기획자로 확대되고 있다.
AI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이 수많은 온라인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찾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과 유통업계는 유행 주기가 짧다는 점에서 AI 활용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음식이나 조합이 SNS에서 인기를 얻더라도 유행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전에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의 작은 신호를 찾아내고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상품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AI 분석 결과가 실제 소비자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제품이 반드시 대량 판매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가상의 소비자와 실제 소비자 사이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은 AI 분석을 상품기획자의 경험과 연구원의 전문성을 대체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새로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식품·유통업계의 AI 활용 확대는 국내 소비재 산업의 상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패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소비자 조사, 시제품 제작 등을 반복해야 했다. AI가 온라인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면 기업은 상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중소 식품기업이나 유통업체에도 AI 기술이 보편화되면 대규모 조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 기업들이 비슷한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제품의 차별성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여러 업체가 SNS에서 같은 유행을 발견하면 유사한 상품이 동시에 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온라인상의 소비자 반응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편향이나 잘못된 신호를 상품 개발에 반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상품 결정에는 현장 경험과 소비자 검증이 함께 필요하다.
앞으로는 AI가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제품 콘셉트와 레시피, 가격, 패키지까지 제안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식품·유통업계의 경쟁력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변화하는 취향을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실제 상품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AI가 신제품 개발의 모든 과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작은 온라인 반응을 상품으로 연결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면서 식품·유통업계의 제품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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