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이상 주택, 구입자금 20%는 주식·채권 팔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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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의 자금 조달 방식에서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자산을 현금화해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주택 자금 조달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계약된 30억원 이상 주택의 전체 구입 자금 가운데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2조1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구입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7%였다.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7.25%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세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식과 채권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의 비중은 최근 몇 년간 6~8% 수준을 유지해왔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도 대체로 비슷한 범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고가 주택 시장에서 금융자산을 처분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주택 가격대가 높을수록 주식·채권 매각자금에 대한 의존도도 높았다.
1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전체 구입 자금의 9.04%를 차지했다. 반면 6억원 미만 주택에서는 2.65%에 그쳤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초구는 15.05%, 강남구는 14.51%, 용산구는 14.50%로 집계됐다. 반면 노원구는 3.07%, 도봉구는 2.63%, 강북구는 3.1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가 주택 매입에서 금융기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지역의 주택 구입 자금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9.82%에서 올해 11.06%로 낮아졌다.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규모가 줄어들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을 매각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과 자금 흐름 사이의 관계에도 주목하게 한다. 정부는 자금이 부동산보다 기업과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도록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금융자산을 현금화해 주택을 구매하는 자금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통계는 주택 자금 조달 계획서에 신고된 자금의 구성비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식·채권 매각 증가가 대출 규제만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주택 가격, 금융시장 수익률, 보유자산 규모, 세제 및 투자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통계는 고가 주택 시장에서 대출 규제와 금융자산의 이동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주택 구매자는 부족한 자금을 예금이나 주식·채권 등 기존 자산을 처분해 마련할 수 있다. 특히 고가 주택 구매자는 금융자산을 상당 규모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주식·채권을 매각한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면 자본시장에 머물던 자금의 일부가 주택시장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가 증시와 기업에 자금이 공급되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정책 목표와 실제 자금 흐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고가 주택의 구매력을 제한하는 효과와 함께,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의 현금 동원력을 높이는 결과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출 의존도가 낮은 고자산층과 그렇지 않은 실수요자 사이의 자금 조달 여건 차이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추가로 조정되는지, 주식시장의 수익률과 변동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고가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가 주요 변수다.
특히 주택 구입 자금에서 금융자산 매각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경우 부동산 규제가 단순히 대출 규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이동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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