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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전 한은 총재, “52시간제보다 근로 자율성과 휴가 활용이 생산성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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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미 기자    조회Hit 77   작성일2026-10-06 23: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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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 이후 한은 연구진과 함께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를 분석한 첫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근거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재는 6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 포럼에서 한은 조사국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과 공동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은이 그동안 진행해온 구조개혁 관련 연구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근로자들의 초과근무 시간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임금 수준은 일정 부분 유지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근로자의 소득 수준과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따라 영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감소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근로자는 초과근로 시간과 초과근로에 따른 급여가 각각 약 16% 줄면서 전체 급여도 1.3%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가 크지 않았으며 일부는 급여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초과근무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기본급이나 각종 수당 등을 통해 임금이 보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임금이 비교적 유지됐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52시간제 시행 이후 임금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기대했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과거 주 5일 근무제가 확대됐을 때에는 근로시간 감소와 함께 1인당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52시간제 시행 이후 생산성 증가세가 오히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거와 현재의 노동환경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 5일제 도입 당시에는 한국의 근로시간 자체가 매우 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근로시간이 이미 상당 부분 줄어든 만큼 추가적인 법정 근로시간 단축만으로는 같은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임금체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랐다. 성과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는 기업에서는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이 업무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를 약화시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전 총재는 특히 전문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화이트칼라 직종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보다 업무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근무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업무 결과를 비교적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집중적인 업무 수행이 중요한 직종에서는 근로시간 자체보다 성과와 몰입도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 4.5일제에 대해서도 연구진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단순히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보다는 근로자의 휴식권을 확대하면서 기업과 직무별 특성을 반영하는 방식이 생산성 측면에서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급휴가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유급휴가 소진율은 약 75% 수준으로 미국의 92%, 싱가포르 95%, 호주 86%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약 63%로 한국보다 낮았다.


    휴가 소진율을 9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1년에 약 31시간,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약 4일에 해당하는 휴식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이번 연구는 모든 근로자와 기업에 동일한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직무의 특성, 임금체계, 근로자의 소득 수준과 협상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것뿐 아니라 휴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업무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제도는 기업의 인건비와 근로자의 소득, 생산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노동시장 정책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근로시간을 줄이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이나 협상력이 낮은 근로자에게 소득 감소가 집중될 경우 제도 변화가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보다 직무 특성에 맞춰 근무시간과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확대될 경우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실제 업무량이 줄지 않거나 사실상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향후 한국의 근로시간 논의는 단순히 '몇 시간 일할 것인가'에서 벗어나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면서 단순 노동시간보다 업무 성과와 생산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는 산업과 직종, 기업 규모, 근로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를 모든 노동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정책 논의에서는 근로자의 휴식권과 소득 보장, 기업의 생산성, 직종별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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