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선 붕괴…11개월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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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해진 데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9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14.1원 하락한 수준이다. 3시 30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24일 이후 가장 낮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해 10월 2일 이후 약 10개월 반 만이다. 이날 환율은 1,413.3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중 하락 폭을 확대하며 1,396원까지 내려갔다.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와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등이 시장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확산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도 약세를 나타냈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 매도 물량도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반도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출대금의 달러 매도가 과거보다 꾸준하게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3% 수준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 경제의 성장 기대보다는 재정 악화와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 달러에 육박한 것도 달러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를 달러 강세로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거래 흐름도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직전 5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 수요가 시차를 두고 원화 수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조5천억원을 순매도하면서 6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공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할 경우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380원대까지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공급 여건이 계속되고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원화 강세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면 1,300원대 중반까지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원화 강세가 계속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물가가 다시 상승하거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달러가 다시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당분간 1,420~1,430원 수준을 주요 범위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결국 미국의 금리 정책과 물가, 국제유가, 외국인 국내 증시 자금 흐름,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규모 등이 향후 환율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져온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유와 원자재, 에너지 등 수입품 가격 부담이 줄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 달러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도 낮아진다.
반면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같은 달러 매출을 올리더라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경쟁이 중요한 수출업종에서는 원화 강세가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환율의 핵심은 1,400원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진 것인지, 추세적인 원화 강세의 시작인지 여부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동시에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이 지속된다면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미국 물가와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거나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질 경우 달러 수요가 살아나면서 환율이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1,400원선 아래에서 추가 하락 여부가 중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빠른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금융당국 역시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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