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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고령 농지 일괄 처분 면제…관행 임대차는 조건부 처분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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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미 기자    조회Hit 90   작성일2026-09-21 2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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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여당이 전국적인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적발되는 농지법 위반 사례를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상속 농지나 고령 농업인의 농지, 농촌에서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 등에 대해서는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농사를 직접 짓기 어려운 고령자나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은 사람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농지 투기를 막는 원칙은 유지하되, 농촌의 현실 때문에 발생한 일반적인 위반 행위와 투기 목적의 불법 행위를 구분하겠다는 방침이다.


    명백한 투기나 중대한 불법 행위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강한 조치가 적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을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경우 등이 주요 처분 대상으로 제시됐다.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에도 원상회복 등 법적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반면 상속이나 고령화, 이농 등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일률적인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일정 기간 직접 경작하거나 법에서 허용하는 방식으로 임대하는 등 자진해서 위반 상태를 해소할 기회를 부여한다.


    스스로 정비하기 어려운 농지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분 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지를 방치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해당 농지를 경작하던 농업인의 영농도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농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적 임대차도 구제 대상에 포함된다. 여러 농지를 한 명의 임차인이 모아 경작하거나 농업인들이 편의상 서로 농지를 교환해 경작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미등기 상속 농지에 대해서는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임차농을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연장된다. 또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를 조사 기간에 농지은행에 위탁 임대하면 보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는 방안도 추진된다.


    불법으로 전용된 농지에 대해서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후적으로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존에 전용 신고나 허가를 받았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시설이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 상태가 된 경우에는 사후 전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농지보전부담금 등을 납부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농지 불법 전용에 대한 사후 양성화로는 1988년 이후 38년 만이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 등으로 허위 신고한 뒤 실제로 식당이나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운영하는 등 고의적인 불법 행위는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농지의 사후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하고, 농지 제도와 현실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과 연금 사업 등을 확대해 고령 농업인의 농지를 청년농이나 귀농인에게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대책은 농지 투기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도 상속·고령화로 발생한 현실적인 농지 문제는 제도권 안에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상속 농지나 고령 농업인의 농지를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게 되면서 농지 소유자들의 급격한 매각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을 사람도, 농지를 사려는 사람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무리한 매각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실제 대구 지역 농업인들은 농지 전수조사로 농지를 헐값에 처분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역 농협의 담보대출 부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농지은행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고령 농업인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기면 해당 토지를 청년농이나 귀농인 등에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지 소유권을 급하게 처분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경작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향후 농촌의 토지 이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반면 제도가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될 경우 농지법 위반을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관리 과제로 남는다. 따라서 향후 특별조치법에서 어떤 농지가 처분 유예 대상인지, 관행적 임대차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사후 양성화 요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농지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고령 농업인의 은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매입·관리 기능이 확대되면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에게 공급되는 경로가 다양해질 수 있다. 반대로 개발 가능성을 노린 농지 투기까지 제도적 유예 대상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투기성 거래와 일반적인 농촌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 변수는 농지 전수조사 이후 실제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느냐다. 연내 추진되는 특별조치법의 구체적인 기준과 농지은행의 역할 확대, 청년농에 대한 농지 공급 효과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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