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빼면 성장 동력 약해진 한국…창의력·산업 혁신이 저성장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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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흐름에서 벗어나려면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를 보완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교육과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니어재단, 한국경제학회와 함께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 지금 서 있는 곳, 가야 할 길’을 주제로 경제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을 살펴보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포럼에서는 생산성 증가세 둔화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 발전과 인적자본 축적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혁신을 촉진하고 노동력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근로기간을 늘리는 등 구조적인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평가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의 평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기술 혁신과 사업화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거나 채택되지 않은 제안도 기록하고 재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평가자의 이력을 관리하는 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교육과 입시 제도의 변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뿐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 문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확대하고, 창의성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여러 산업의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의 뛰어난 실적이 한국 경제의 전체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산업 경쟁력이 정체하거나 약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만큼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산업별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하며, 기존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 기술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모든 산업에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기보다 산업별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에 맞춰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은 시장 경쟁을 바탕으로 투자와 기술 개발, 사업화를 주도하고 정부는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기초연구와 인적자본, 기반시설 등 민간이 충분히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도가 높은 신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분담하되 지원 목표와 성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중국의 경쟁 압력 역시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이 어떤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지,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구조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가계소득 증가도 둔화할 수 있다. 세수와 사회보장 재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히 반도체처럼 일부 산업의 실적이 전체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는 구조에서는 특정 산업의 경기 변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바이오 등 다른 산업에서도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산업의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면 특정 대기업이나 산업에 집중된 성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AI 확산은 생산성을 높일 기회인 동시에 산업과 일자리의 재편을 가속할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생산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기술 도입뿐 아니라 인력 재교육, 조직 변화,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교육 개혁과 산업 구조 전환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거나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 지원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장기간 집중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AI 기술을 실제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과 혁신을 뒷받침하는 제도,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함께 작동한다면 성장 기반을 넓힐 수 있다.
결국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인 수출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이 실제 사업과 고용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근로자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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