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첫 감소…전기차 시장 회복에 자동차 소비 지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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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차 생산 차질, 주력 모델의 노후화까지 겹치면서 친환경차 시장의 중심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 대수는 42만1,1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연료별 등록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신차 등록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4.1%로 전년 동기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하이브리드차는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왔다. 2013년 1∼9월 2만2,181대에 불과했던 신규 등록 대수는 2020년 11만16대로 늘어나 처음 10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2022년 20만3,212대, 2023년 27만8,500대, 2024년 35만5,404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3만8,170대까지 증가했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34.5%로 확대됐다.
올해 판매 감소의 배경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빠른 회복이 꼽힌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충전 인프라 확충과 신차 출시, 가격 경쟁 등을 계기로 다시 전기차를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전기차의 상품성이 개선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9만6,801대로 전년 동기보다 74.8% 증가했다. 주요 연료 가운데 전기차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휘발유차와 경유차, 액화석유가스(LPG)차 등록 대수는 모두 감소했다.
기아는 EV5·EV4·PV5 등 전기차 신차를 앞세워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을 10만4,370대로 늘렸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12.3% 증가한 수치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모델 Y와 모델 3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8만9,148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보다 104.4% 성장했다.
반면 휘발유차 신규 등록은 38만6,533대로 19.4%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는 연료별 신규 등록 순위에서 1위를 유지했고, 휘발유차가 2위, 전기차가 3위를 차지했다. LPG차는 9만1,965대로 11.0% 줄었으며, 경유차는 2만9,712대로 58.6% 감소했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공급 여건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부품업체 안전공업 화재로 일부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차종 인도가 지연됐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상당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출시 시점이 하반기에 집중된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아반떼와 투싼, 그랜저 등 주요 차종의 하이브리드 신모델 출시가 하반기에 몰리면서 구매를 미루는 수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아 역시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쏘렌토와 스포티지, K8 등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의 상품 노후화가 판매 증가를 제약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연말에 회복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4분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소진되는 지역이 나올 수 있고,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등 신차도 시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 비용과 충전 여건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다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감소와 전기차 판매 급증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 배터리와 전력전자, 충전 인프라 등 관련 산업의 성장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반면 내연기관 부품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의존해온 부품업체들은 생산 구조와 기술 투자를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동시에 경쟁력 있게 공급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충전 환경이나 주행거리, 차량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딘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인 만큼, 판매 감소만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축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충전 편의성, 정부 보조금 정책, 신차 출시 일정 등이 판매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기차 판매 증가가 일시적인 보조금 효과인지, 소비자의 구매 선호가 장기적으로 바뀌는 과정인지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한 분야에만 집중하기보다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배터리 기술과 차량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부품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신차 출시 주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지, 전기차 중심의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일지는 연말 판매 실적과 내년 수요 흐름을 통해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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