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중동 산유국, 전쟁 전 성장세 회복 어려워”…사우디 올해 역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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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산유국 경제가 전쟁 이전의 성장 궤도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에너지 수송 차질과 핵심 기반 시설 파괴, 재정 부담 증가가 겹치면서 중동 경제의 회복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걸프 지역 최대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하드 아주르 IMF 중동·중앙아시아 국장은 15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이번 전쟁이 여러 산업에 피해를 남기고 주요 기반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전쟁 이후 추가적인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지출까지 늘어날 수 있어, 당분간 전쟁 이전의 경제성장 흐름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경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변국으로의 충돌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에너지 수송로가 막히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국제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우디 경제는 특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IMF 전망에 따르면 사우디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3%로 예상된다. 석유 수출이 경제의 주요 버팀목 역할을 해온 사우디가 전쟁으로 인한 생산·수송 차질과 시설 피해를 겪으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에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 예멘 후티 반군 사이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비롯한 주요 시설과 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본사도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시설의 피해가 장기화하면 원유 생산과 수출뿐 아니라 기업 활동과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IMF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 상황도 어두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3일 발표한 전망에서 이란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중동·중앙아시아 경제가 올해 0.3%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북아프리카·파키스탄을 포함하는 MENAP 지역 역시 지난해 3.3% 성장에서 올해 1.3%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는 반등 가능성도 제시됐다. 무역과 해상 운송이 2027년 1분기 정상화되고 상반기 중 수출이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 MENAP 지역 경제가 내년 6.6%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운송과 수출이 계획대로 회복된다는 조건에 따른 전망이다. 국가별 경제 구조와 전쟁 피해 규모가 다른 만큼 실제 회복 속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산유국의 전체 석유 생산량도 전쟁 이전에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국가별 상황은 에너지 시설의 복구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주르 국장은 천연가스 생산 설비가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카타르를 사례로 들며, 에너지 생산과 무역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되는지가 향후 경제 전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초기에는 산유국들이 기존 비축유와 재정 여력을 활용하고 대체 운송 경로를 모색하면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비축 재고가 줄고 추가 생산 여력도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IMF의 진단이다. 앞으로 에너지 생산 시설이나 해상 운송 경로에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 국제유가가 더욱 크게 출렁이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이에 IMF는 중동 각국 정부가 물가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재정 여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쟁으로 인한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IMF는 오는 22일 중동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동 산유국의 경기 침체와 에너지 생산·운송 차질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원유 수입 비용이 늘어나고, 정유·석유화학·항공·운송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생산비 증가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국내 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정상화되지 않거나 에너지 시설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원유 공급 불안과 해상 운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무역수지와 기업 수익성에 부담이 커지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할 수 있다. 국제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수입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중동 지역의 경기 회복 지연은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건설과 플랜트, 인프라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지 투자와 발주가 연기되거나 사업 수행 위험이 커지면 중동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수주와 매출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전쟁 이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하면 건설·전력·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전쟁의 확산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시점, 주요 에너지 시설의 복구 속도다. 해상 운송과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 중동 경제가 반등할 여지가 있지만, 비축 자산 감소와 시설 피해가 누적될 경우 회복이 장기화할 수 있다. 한국은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을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에너지 수입선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장기적인 공급 차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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