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원유 수송량 회복세…‘AIS 끈 유조선’ 늘며 공급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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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이 군사 충돌 이전의 약 6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유조선이 늘면서 실제 원유 수송량이 공식적인 선박 움직임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원자재 분석기관 케플러에 따르면 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평균 936만 배럴로 집계됐다. 8월보다 하루 356만 배럴 늘어난 규모이며,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충돌 이전 하루 평균 약 1천500만 배럴과 비교하면 약 60%까지 회복됐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AIS를 끈 유조선이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이동 정보를 주변 선박이나 관제기관 등에 전달하는 장치로, 국제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원칙적으로 이를 작동시켜야 한다. 다만 선박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긴급조치로 신호를 끌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AIS를 끄면 선박의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어 공격이나 나포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유조선이 위치 신호를 차단한 채 해협을 통과하고, 이후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의 운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회복되면서 국제유가 역시 분쟁 초기의 고점에서는 내려온 상태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배럴당 91~95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이후 기록했던 119달러대와 비교하면 약 20% 낮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늘리고 있는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꼽힌다. 사우디는 분쟁 직후 홍해를 통한 우회 수출을 확대했지만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의 경우 원유 수출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았던 만큼 이 항로를 통한 수출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IS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이 늘면서 실제 해협 통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따라서 현재의 원유 수송량 회복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선박 운항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상황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량 회복은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를 일부 낮추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정유·화학업계의 원가 부담과 국내 물가에 미치는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경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제조업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운항 위험이 다시 커지면 유조선 운항과 보험 비용이 상승하고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처럼 AIS를 끈 유조선 운항과 선박 간 환적 등을 통해 원유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은 공급망이 완전히 정상화됐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물량이 회복되고 있더라도 해상 운송 자체의 위험성이 높은 상태라면 시장의 불안 요인은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앞으로 국제유가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량 ▲중동 군사 충돌의 장기화 여부 ▲사우디·이라크의 원유 수출량 ▲홍해 우회 수송 상황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 등이 될 전망이다.
결국 현재의 원유 수송량 회복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에는 에너지 비용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추가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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