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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청년들 거리로 나왔다…주택난·고물가에 흔들리는 복지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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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미 기자    조회Hit 82   작성일2026-10-14 23: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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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전역에서 열악한 공공 서비스와 주택난, 생활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청년층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과 주거에 대한 공공 투자를 확대하라는 요구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정부의 긴축 정책과 세대 간 불평등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고령화와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유럽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청년층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한 학교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시위에 합류해 교사 확충과 학교 시설 개선 등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학생과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스웨덴 출신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파리 근교 생드니에서 시위에 참여해 청년들이 정책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8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약 26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는 학생들이 기둥 위에 올라서는 등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되면서 이번 시위가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렸다. 오는 17일에는 생활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별도의 집회도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2018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과 비슷한 대규모 저항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청년층의 불만은 프랑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벨기에 동부 리에주에서는 학생 수백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시위가 격화하면서 100명 넘게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브뤼셀에서도 물가 상승과 정부의 긴축 예산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주택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87세 노인의 강제 퇴거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주거 불안과 임대료 상승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포르투갈에서도 지난 10일 리스본과 포르투에 수천명이 모여 주택난과 생활비 급등에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현재의 임금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고,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의 집에서 독립하기 힘든 현실을 호소했다.


    이처럼 여러 유럽 국가에서 비슷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배경에는 주거비와 생활물가 상승,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물가 부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충격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압박받았다. 특히 사회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층은 임금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에 더욱 취약하다.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청년층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주요 도시에서는 장기간의 주택 공급 부족에 관광 수요와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입 등이 겹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 임금 상승 속도가 집값과 임대료를 따라가지 못하면 청년들은 독립이나 결혼, 출산 등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미루게 된다. 주거 불안이 개인의 생활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과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재정 운용을 둘러싼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공공 부채와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시민들은 학교와 주택, 교통 등 생활과 직결된 공공 서비스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재정 지출을 줄이면 당장의 국가 부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필요한 공공 투자가 부족해질 경우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령화가 유럽 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후 유럽 국가들은 세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연금과 의료,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이 줄어들면 연금과 의료 등 복지 지출은 증가하고 이를 뒷받침할 세입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나이얼 퍼거슨 선임연구원은 기고문에서 유럽 청년들의 시위가 학교와 주택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동시에, 기존 복지 시스템의 세대 간 부담 배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 나타나는 재정 압박의 배경에는 조세와 복지 제도가 세대별로 부담과 혜택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럽의 재정 문제를 고령층 복지 지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가별로 부채 수준과 조세 구조, 주택 공급 여건, 노동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주거난과 공공 서비스 부족을 해결하려면 복지 지출 조정뿐 아니라 주택 공급 확대, 임대시장 개선, 교육 투자, 생산성 향상 등 여러 정책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시위는 유럽 사회가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성, 복지 유지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층의 요구가 일회성 집회에 그칠지, 예산 편성과 주택 정책, 세대 간 복지 배분을 바꾸는 장기적인 사회운동으로 이어질지는 각국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유럽의 청년층 시위 확산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높은 주거비와 생활물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 어려움, 저출생과 고령화, 복지 지출 확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비가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청년층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장기적인 내수와 인구 구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재정 갈등은 한국의 복지·재정 정책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연금과 의료 등 필수 지출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청년층의 교육과 주거, 일자리 지원을 축소하면 미래 세대의 경제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대별 부담과 혜택이 지나치게 불균형해지지 않도록 조세와 복지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외 경제 측면에서는 유럽의 시위와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 소비 변화와 노동·주거 정책, 재정 긴축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시위가 곧바로 유럽 경기 침체나 한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실제 영향은 소비와 투자, 정책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유럽과 한국 모두 주목해야 할 핵심 과제는 청년층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주거와 양질의 교육, 지속 가능한 일자리 기회가 부족하면 경제 성장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공유되지 못하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단기적인 재정 지출 조정에만 집중하기보다 주택 공급과 생산성 향상, 공공 서비스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정책이 장기적인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에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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