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휴전 연장에 유럽은 안도와 경계…AI·희토류 협상서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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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무역 휴전 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럽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등 유럽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현안을 유럽이 빠진 상태에서 논의할 경우, 유럽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이후 유럽에서 미중 관계가 안정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향후 글로벌 통상·기술 질서를 둘러싼 협상에서 유럽이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 휴전 연장은 유럽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공급망 불안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추가적인 관세 충돌을 피하면서 글로벌 교역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이 낮아지고,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일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기업들은 중국산 핵심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중 간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5년 EU가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물량 기준 46.8%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유럽이 안심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미중 양국이 무역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AI와 핵심 광물 등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까지 양자 협상으로 논의할 경우, EU가 국제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발언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EU는 자체적인 AI 규제 체계를 구축하면서 관련 국제 규범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EU의 AI법은 2024년 8월 발효됐으며 주요 규정은 2026년 8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AI 안전이나 AI 오남용 방지 등을 놓고 별도의 협의 체계를 확대할 경우, 유럽이 그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정책센터(EPC)의 이안 에르난데스 정책분석가도 미중 간 AI 협상이 본격화되면 유럽의 의견이 반영될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제기했다.
희토류 역시 유럽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사안이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발전, 전자제품뿐 아니라 첨단산업과 방위산업에도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다. 유럽의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과 정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EU 역시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EU는 이런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희토류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아 중국과의 협상 자체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EU와 중국의 향후 무역협상에서도 희토류 공급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가 안정되는 것이 공급망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미중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질 경우 중국과 유럽 사이의 개별 통상 현안에서 EU가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복합적인 계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기보다 공급망 협력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희토류처럼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AI와 같이 미국의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미중 무역 휴전 연장은 단순히 관세 충돌을 잠시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유럽으로서는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공급망 안정이라는 이익을 얻는 동시에, 핵심 원자재와 AI 규범을 둘러싼 협상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단기적으로 완화되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만큼 양국의 추가 관세 충돌이 줄어들면 글로벌 교역 위축과 공급망 교란에 대한 우려도 낮아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제품, 자동차,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중 관계가 안정되면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불확실성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미중 양국이 AI와 핵심 광물,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별도의 협상 틀을 구축한다면 한국 역시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공급망이나 기술 생태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핵심 원자재와 부품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주요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희토류는 한국의 전기차·배터리·전자·방산 산업과도 연결되는 만큼 중국의 수출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의 원가와 조달 안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중 무역 휴전이 연장됐다는 사실만으로 공급망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에는 미중 간 관세 조정 자체보다 AI,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둘러싼 별도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한국 경제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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