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거래일간 968포인트 폭락…AI 투자 위축 우려에 반도체주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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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에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불과 5거래일 만에 약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형주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5.46%) 내린 6,035.35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911.11까지 떨어지며 7%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코스피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7,003.74를 기록하며 7,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지수는 968.39포인트, 비율로는 13.83% 떨어졌다.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약 800조원 감소하면서 5,0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단기 조정이라기보다 AI 산업의 투자 지속 가능성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동시에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역대급 수준이었지만 주가에는 오히려 하락 압력이 가해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영업이익률도 55.1%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과거의 실적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흔들린 배경에는 관련 기업의 매출 전망과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달 초 오픈AI의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AI 수요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매출 집계 방식의 차이가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시장에서 잠잠했던 반도체 업황의 정점 통과 가능성과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D램 기술 개발의 진전을 발표하고 차세대 서버용 제품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경쟁 심화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들이 AI 산업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자금 조달 비용과 투자수익률 문제를 언급한 점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투자 계획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역시 증시 하락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271억원, 1조6,903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효과로 외국인 매도 충격을 일부 흡수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임직원 주식보상 목적 자사주 매입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주가를 지지하던 매수 기반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54배까지 하락하면서 기업의 예상 이익에 비해 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다만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반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AI 투자 전망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의 급락은 투자자들의 자산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식 투자 손실이 커지면 가계가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있으며,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계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AI 산업의 성장 속도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향후 경기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앞으로 국내 증시의 방향은 세 가지 요인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미국 금리와 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지 여부다. 둘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져 투자수익률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지다. 셋째, 외국인 매도세를 상쇄할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수 기반이 유지되는지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AI 투자가 계속 확대된다면 최근의 하락은 과도한 기대가 조정되는 과정에 그칠 수 있다. 반면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하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인다면 현재의 주가 하락이 장기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발전은 한국 기업에 장기적인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첨단 패키징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익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결국 이번 급락장의 핵심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느냐보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있다. 밸류에이션 하락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저평가만을 근거로 성급하게 투자하기보다 실적 전망과 수급 흐름, 글로벌 금리 환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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